16th Busan Internatianal Dance Festival 2020

, 바다 위 푸른 몸짓

BIDF 소식

[댄스포스트코리아][무용리뷰]제16회 부산국제무용제 - 잃은 것과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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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0회 작성일 20-10-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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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부산 국제무용제 - 잃은 것과 얻은 것

                      

부산 국제무용제(약칭 ‘BIDF’)의 정체성은 ‘국제’와 ‘바다’에 있다. 한국 제일의 해수욕장인 해운대를 배경으로 펼치는 세계 각국의 춤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무용 페스티벌이 따라 할 수 없는 장점이다. 최근 몇 년간 해운대에서 BIDF 개·폐막 공연을 보면서 무대 배경에 끝없이 펼친 바다의 색과 역동감을 잊지 못하는 것은 혼자만의 기분이 아닐 것이다. 간혹 춤이 바다에 묻히는 예도 있어서 거대한 자연과 어우러지는 춤 형식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한 작품에 실망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의 확산은 모든 기대와 감동, 심지어 실망하면서 안타까워할 기회까지도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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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nologue〉

 

제16회 부산 국제무용제의 애초 계획은 6월 8일 ‘AK21 국제 안무가 육성 경연’(AK21)을 시작으로 8월부터 9월까지 5번의 대 시민 홍보공연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2월부터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3월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는 바람에 계획한 홍보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고, 국가 간 이동마저 제한되어 외국팀 초청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나마 BIDF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공연인 AK21은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제한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한 올해 AK21에는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실험적 작품이 두 편이나 올랐다. 

 

최고 작품상을 받은 박재현 안무의〈굿모닝 Mr. 일동씨〉는 소리꾼 양일동 개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는데, 양일동이 주역을 맡았다. 개인은 항상 세계와 연결되어있어 개인의 삶에는 보편적 삶의 가치가 투영되어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 삶의 가치의 합은 인간 보편의 삶의 그것보다 넓고 크다. 개인은 보편을 담을 수 있지만, 보편이 개인을 모두 담지 못한다는 의미다. 박재현은 이러한 개인과 보편적 가치·감성의 관계를 독창적인 춤과 양일동의 절절한 소리로 풀어냈다. 

 

박근태 안무의〈A Monologue〉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읽어 본 사람이 많이 없는 소설, 어렵다는 소문에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소설을 춤으로 풀어냈다. 소설에 나오는 대사를 무용수가 발화하면서 움직이고, 무대 배경에 대사를 영상으로 투영하는 식으로 텍스트와 춤이 중첩하고, 다른 장르 간의 ‘번역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제시하였다. 한국의 현대무용, 특히 젊은 안무자의 작품이 대부분 개인의 감성이나 개인이 세계와 대면하는 장면을 소재로 하고, 연극이나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다른 장르의 작품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태의 시도는 의미가 있고, 이것을 AK21 무대에서 선보인 점은 BIDF 입장에서 보면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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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Mr. 일동씨〉


AK21 공연 때만 해도 코로나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황은 점점 어려워졌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열릴 개·폐막식과 공연은 계획대로 하고 싶었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고, 개·폐막식과 축하공연, 공식 초청공연 모두 온라인 상영으로 대체했다. 안타까운 것은 외국 초청 팀 없이 진행한 축하공연과 초청공연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는데, 이런 공연을 현장감 없는 영상으로만 접해야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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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랩소디>
 
BIDF 공연 중 몇 작품은 영상으로나마 높은 수준을 확인 할 수 있었다. 11일 개막 축하공연인 강미리 ‘할무용단’의 <동해안 랩소디>(안무 강미리)는 ‘바다’가 중요한 요소인 BIDF의 이미지에 부응하는 작품이다. 처용의 이미지를 울창한 대나무 숲과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쳤는데, 슈베르트의 가곡 ‘Lindenbaum’이 깔리고 빽빽한 대나무 사이에서 오방을 상징하는 다섯 명의 처용이 처용무의 걸음으로 등장하면서 작품이 시작한다. 처용무에서 보통 처용이 역신을 물리친 데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처용이 동해용신의 아들이라는 점을 부각해 동해안별신굿의 음악과 결합했다. 동해안별신굿 음악과 재즈의 즉흥연주, 처용무, 지전춤, 바라춤이 서로의 역동성을 상승시키는 <동해안 랩소디>를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에서 보았더라면 어떤 이미지를 만들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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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 

공식 초청작인 아트프로젝트 보라의 <소무>를 안무한 김보라는 현재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안무가다. <소무>는 부산에서 공연한 적이 없었고,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인데, 영상으로 만족해야 했다. ‘소무(小巫)’는 ‘작은 무당이란 뜻으로 탈춤 배역으로는 유녀(游女)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탈춤 대부분에 소무가 등장한다. 소매라고 부르기도 하고, 덜머리집, 제대각시, 제밀주, 서울애기, 부네 등 소무를 원형으로 변형한 배역으로도 등장한다. 소무는 노승을 꾀어내거나 양반의 애첩 역할을 하는데, 이런 역할은 탈춤이 만들어진 당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소무가 미얄할미를 밀쳐내 할미가 죽는 것을 겨울이 가고 새봄이 온다는 생명의 순환 원리로 보기도 하는데, 소무는 결국 남자에 종속되어 남자를 등치거나 같은 여성인 본처를 밀어내어야 살아갈 수 있는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존재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지닌 소무는 창작 소재로 매력적이어서 장르를 불문하고 소무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이 존재한다. 김보라가 안무한 <소무>는 그로테스크한 움직임과 물에 투영한 이미지를 버무린 독자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탈춤에서 소무의 수동적, 도구적 여성상을 비틀고 있다. 바닥에 채운 물을 이용하는 연출은 피나 바우시의 <보름달>이나 알렉산더 에크만의 <백조의 호수>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 수중 장면과 차별화했는데, 한국적 정서로 기묘한 정감을 자아내는 수작이다. 이 작품도 노을 진 바다를 배경 삼아 무대에 올랐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을 말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현실로 돌아와 준비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거나, 감염병 전문가의 말처럼 매년 변종이 생겨 마치 독감처럼 코로나가 반복하는 상황이 온다면, 당장 내년에 적용할 대안적 형식 마련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올해 BIDF가 상처만 입은 것은 아니다. 비록 ‘국제’와 ‘바다’를 포기했지만 ‘춤’과 ‘창작 의지’를 새삼 건져내었다. 이 엄혹한 상황에서도 춤은 끊이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창작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국제’와 ‘바다’는 잘 차려입은 외투였다. 중요한 것은 목숨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도 꺾지 못한 춤을 향한 본능과 의지이고, BIDF가 역경 속에서 그것을 건져 올렸다. BIDF가 올해 역경 속에 건져 올린 것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다면, 내년도 그 이후도 ‘바다’와 ‘국제’ 그리고 ‘춤’의 가치가 함께하는 BIDF가 계속될 것이다. 어려운 현실에 굴하지 않고 힘겹게 무용제를 치른 이들이 고맙다.  


글_ 이상헌(춤 비평가)
사진제공_ 부산국제무용제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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