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키워 국제예술축제로 승화시켜야"( 2015-07-16 국제신문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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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춤예술인 처음 맡아
- 11회째 맞아도 안정감 부족
- 관객과 제대로된 소통 고민
- 영어가능 젊은 인력 키워야
현대무용가 장정윤(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지난달 12~16일 열린 부산국제무용제(BIDF)의 프로그래머를 맡아 현장에서 뛰었다.
BIDF는 부산 춤 예술계가 힘을 합쳐 여는 유일한 연례 국제 예술축제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인 해운대해수욕장의 백사장 한가운데 특설무대를 세우고 세계의 춤 예술인이 춤을 추는 행사다. 이는 다른 지역이 흉내 내기 어려운 예술 콘텐츠이다.
그 덕분에 BIDF는 안착할 가능성이 큰 예술축제로 줄곧 꼽혔다. 하지만 11회를 치른 올해까지 확실한 안정감은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BIDF를 곱십고 정리하느라 바쁜 장 교수를 최근 만나 BIDF 발전 방향을 물었다.
초청 단체를 선정하고, 공연하도록 지원·조정하는 일은 BIDF에서 가장 중요한 실무에 속한다. BIDF 전체를 총괄하는 운영위원장이 따로 있지만, 굳이 실무 최전선인 프로그래머를 인터뷰한 이유는 이런 현장의 느낌을 더 듣고자 해서였다.
-프로그래머는 어떤 일을 하나.
▶그해 BIDF에 참가할 국내외 춤 단체를 선정하고 섭외해서 공연이 실제로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조정한다.
-지난해와 올해 BIDF 프로그래머를 맡으셨다. 부산의 춤 예술인이 프로그래머를 맡은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지난해는 세월호 참사로 야외공연이 모두 실내로 들어갔다. BIDF 특유의 해변 무대 공연을 하지 못했다. 올해도 쉽지 않았다. 사실 BIDF에서 프로그래머를 부산의 춤 예술가가 맡은 게 지난해가 처음이다. 그간 BIDF의 상황과 자체 판단에 따라 프로그래머는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한 서울의 전문 기획자나 지명도 있는 다른 지역 춤 예술인에게 맡겼다.
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부산 춤계가 서울에 의존하는 구조로 비치고 지역 예술계가 경험과 역량을 축적해 자체 발전을 꾀한다는 예술축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점이 있다.
-인생을 표현할 수 있는 계산기가 있다고 치고, '장정윤의 인생 빼기(-) 춤'이라는 수식을 넣으면 아마 답이 0이 나올 것이란 우스개까지 있었을 만큼 장 교수는 '춤 자체가 인생'인, 열정적인 현대무용가라는 평을 받는다. 그런 예술가로서 프로그래머 업무는 어땠는가.
▶몇 달간 해외 춤 단체에 영어로 이메일을 수백 통 쓰고, 공연 조건을 놓고 밀고 당기고, 성사될지 마음 졸이고…, 함께 일한 부산여대 김해성 교수와 '지금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거죠' 하며 웃을 만큼 힘들긴 했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축적했을 해외단체 등에 관한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지금부터 자료를 남기고 쌓는다. 그래서 자체 역량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했다. 결국, 되더라.
-올해 BIDF에 관해 '작품이 해변 무대의 장소성을 살리지 못하거나 수준이 처지는 등 미숙했다'는 냉정한 평가는 어떻게 보나.
▷그런 시각도 겸허히 수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지역 예술계 자체 역량으로 시도해 '해낼 수 있다'는 성과를 쌓고, 자료를 축적하고 신진 세대에게 길을 여는 계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BIDF의 발전방향과 과제는.
▶올해 BIDF가 끝나면서 임기도 종료해 나는 현재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내년에 다시 맡을지도 미지수다. 다만, BIDF가 발전을 위한 중장기 비전을 모색하고, 일회용 행사가 아니라 성과가 지역 예술계에 쌓이게 하고, 관객과 제대로 소통하는 법에 관해 고민하는 예술축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영어로 소통하는 젊은 인력을 키워야 한다.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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