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무용리뷰]제16회 부산국제무용제 - 잃은 것과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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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부산 국제무용제 - 잃은 것과 얻은 것
부산 국제무용제(약칭 ‘BIDF’)의 정체성은 ‘국제’와 ‘바다’에 있다. 한국 제일의 해수욕장인 해운대를 배경으로 펼치는 세계 각국의 춤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무용 페스티벌이 따라 할 수 없는 장점이다. 최근 몇 년간 해운대에서 BIDF 개·폐막 공연을 보면서 무대 배경에 끝없이 펼친 바다의 색과 역동감을 잊지 못하는 것은 혼자만의 기분이 아닐 것이다. 간혹 춤이 바다에 묻히는 예도 있어서 거대한 자연과 어우러지는 춤 형식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한 작품에 실망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의 확산은 모든 기대와 감동, 심지어 실망하면서 안타까워할 기회까지도 앗아갔다.
〈A Monologue〉
제16회 부산 국제무용제의 애초 계획은 6월 8일 ‘AK21 국제 안무가 육성 경연’(AK21)을 시작으로 8월부터 9월까지 5번의 대 시민 홍보공연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2월부터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3월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는 바람에 계획한 홍보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고, 국가 간 이동마저 제한되어 외국팀 초청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나마 BIDF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공연인 AK21은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제한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한 올해 AK21에는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실험적 작품이 두 편이나 올랐다.
최고 작품상을 받은 박재현 안무의〈굿모닝 Mr. 일동씨〉는 소리꾼 양일동 개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는데, 양일동이 주역을 맡았다. 개인은 항상 세계와 연결되어있어 개인의 삶에는 보편적 삶의 가치가 투영되어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 삶의 가치의 합은 인간 보편의 삶의 그것보다 넓고 크다. 개인은 보편을 담을 수 있지만, 보편이 개인을 모두 담지 못한다는 의미다. 박재현은 이러한 개인과 보편적 가치·감성의 관계를 독창적인 춤과 양일동의 절절한 소리로 풀어냈다.
박근태 안무의〈A Monologue〉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읽어 본 사람이 많이 없는 소설, 어렵다는 소문에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소설을 춤으로 풀어냈다. 소설에 나오는 대사를 무용수가 발화하면서 움직이고, 무대 배경에 대사를 영상으로 투영하는 식으로 텍스트와 춤이 중첩하고, 다른 장르 간의 ‘번역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제시하였다. 한국의 현대무용, 특히 젊은 안무자의 작품이 대부분 개인의 감성이나 개인이 세계와 대면하는 장면을 소재로 하고, 연극이나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다른 장르의 작품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태의 시도는 의미가 있고, 이것을 AK21 무대에서 선보인 점은 BIDF 입장에서 보면 고무적이다.
〈굿모닝 Mr. 일동씨〉
AK21 공연 때만 해도 코로나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황은 점점 어려워졌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열릴 개·폐막식과 공연은 계획대로 하고 싶었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고, 개·폐막식과 축하공연, 공식 초청공연 모두 온라인 상영으로 대체했다. 안타까운 것은 외국 초청 팀 없이 진행한 축하공연과 초청공연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는데, 이런 공연을 현장감 없는 영상으로만 접해야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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