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풀이춤에 소름…발레 지젤과 새롭게 탄생"(2017-06-04, 국제신문 본지21면) > BIDF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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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춤에 소름…발레 지젤과 새롭게 탄생"(2017-06-04, 국제신문 본지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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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222회 작성일 20-03-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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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양 전통춤과 현대춤 더한
- '지젤의 슬픔 또는 꽃 의식' 구상
- 부산국악원에 공동작업 제안
- 부산국제무용제 초청·서막 열어

- "다음엔 한국 궁중 춤 정재와
- 루이 14세시대 춤 합쳐 보고파"

지난 2일 부산국제무용제(BIDF) 공식 초청 공연의 서막은 국립부산국악원과 프랑스 카린 사포르타 무용단의 '지젤의 슬픔 또는 꽃 의식'(Giselle's Sorrow or the flower ceremony)'이 열었다. 

   
지난 2일 부산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13회 부산국제무용제에 오른 '지젤의 슬픔 또는 꽃 의식'. 연합뉴스

흰 치마와 저고리를 입고 흰 수건을 든 채 죽은 이의 '살'을 풀어주는 살풀이와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발레의 정수인 '지젤'이 어우러진 현대무용극이었다. 이 작품은 앞서 지난달 30일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도 공연됐다.
 

   
살풀이와 지젤이 어우러진 현대무용극 '지젤의 슬픔 또는 꽃 의식'을 만든 프랑스 안무가 카린 사포르타.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지난해 10월, 국립부산국악원에 "지젤과 살풀이가 만나는 춤 작품을 만들자"며 공동 작업을 제안한 이는 프랑스 안무가 카린 사포르타(65)였다. 그는 프랑스 캉 안무센터 감독을 지낸 뒤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자신의 이름을 단 무용단을 이끌며 이동식 현대 춤 전용극장인 '당수아'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살풀이의 어떤 점에 끌렸을까. 안무가 사포르타를 만나 그 점을 물어보았다.

프랑스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춤꾼이 많아 국제 교류는 어렵지 않았다. 그는 지난 30년간 일본 중국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권의 여러 나라와 춤 교류 활동을 펼쳤다. 대만 공연을 마치고 2014년 우연한 기회로 방한한 사포르타는 전북 남원시 국립민속국악원에서 살풀이를 처음 접했다. 그는 "소름이 끼쳤다"고 회상했다.

"제가 기억하는 한 가장 강한 감정이었어요. 살풀이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지만 춤사위, 구음, 연주만으로 제 감정이 반응하더군요. 한국에서 아름답고 다양한 춤을 봤지만, 살풀이만은 달랐어요. 걷는 모습에서조차 내면에서 나오는 슬픔을 느꼈어요."

사포르타는 살풀이에서 느낀 정제된 슬픔의 느낌이 한(恨)이라는 것을 뒤에 알게 됐다. "유럽 집시의 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블루스에서 느꼈던 감정이죠. 많은 민족의 춤과 음악이 있지만 이처럼 내면에서 끌어올리는 형태는 흔치 않아요."

곧바로 '지젤의 슬픔 또는 꽃 의식'을 구상했다. "포도에서 와인을 뽑아내 듯" 살풀이의 움직임이 작품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이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 국립국악원의 문을 두드렸다. 사포르타는 "국립부산국악원이 현대 춤과 협력에 개방적이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원 이도영(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전수자)과 기악단, 성악단이 함께했다.

전통춤과 현대춤의 만남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사포르타는 전통춤 보존의 중요성과 전통춤의 보수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대 변화에 늦게 맞춰가는 예술이 춤일 수 있다. 수년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춤꾼의 몸에 전통춤이 배여 있고 그 춤에는 과거의 감성도 담겼다"고 말했다. 기성의 것을 해체하거나 새로움을 강조하는 경향의 현대예술의 주제의식이 전통예술과 만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임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전통춤을 지키는 건 중요하지만, 갇혀버리면 곤란하죠. 전통과 현대를 하나의 레퍼토리로 만드는 건 결국 '관객'이라는 점이 중요해요." 그의 메시지는 전통춤이 현대적 주제의식을 만나 새롭게 태어날 때, 그것을 관객이 느끼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조율하는 그의 눈은 소수 전문가보다는 관객과 소통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사포르타는 앞으로 한국 궁중 정재와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의 춤을 합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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